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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병원끼리 환자 주고받고... 환자가 택배인가요?"

"병원끼리 환자 주고받고... 환자가 택배인가요?"

 

18일 열린 환자샤우팅카페, '환자 이송 문제' 집중적으로 다뤄

 

"이 병원에서 저 병원으로 주고받고... 제 어머니가 택배인가요? 이 억울함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18일 환자단체연합회가 종로 엠스퀘어에서 주최한 '환자샤우팅카페' 현장. 대구에 사는 이지혜씨는 눈물을 흘리며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지혜씨 어머니 강구화(48)씨는 지난 2011년 1월 1일, 심한 두통과 구토를 일으켜 급하게 근처 보훈병원으로 옮겨졌다. CT 결과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강구화씨는 휴일이라 수술을 받을 수 없었다. 전원을 하기 위해 응급의학과장이 1339(대구응급의료정보센터)에 전화를 걸었지만 허사였다. 다행히 지인을 통해 경북대 병원으로 옮길 수 있었다.

하지만 희망도 잠시, 어떤 치료조치가 없던 병원에서 '전산에 문제가 있으니 다른 병원으로 갈 것'을 요구했다. 다시 응급차로 간 곳은 굿모닝병원. 수술을 위해 CT를 촬영했는데, 결과가 달라졌다. 뇌출혈이 아닌 뇌동정맥기형성이었던 것. 이지혜씨 어머니는 다시 영남대 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수술 이후 의식불명이 돼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병원간 환자 이송 체계의 문제

환자 샤우팅카페에서 이지혜 씨는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눈물을 흘리며 외쳤다
ⓒ 환자단체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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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문제였을까. 이지혜씨 어머니가 휴일에 아팠던 것이 문제였을까. 보훈병원에서는 치료 능력이 안돼 불가능했고, 경북대 병원에서는 전산문제로 환자를 거부했다. 굿모닝병원은 혈관조영촬영술을 시행할 장비가 없어서 못했다. 1339는 그 역할에 충실했는지 의문이다. 공휴일이라고는 하지만 대구에 응급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을 한 곳도 연결시켜 주지 못한 것과 3시간 이후 결국 굿모닝병원이 영남대병원으로 환자를 전원시켜 응급수술을 받게 한 것을 보면 1339가 지역 내 병원 상황을 제대로 파악을 못하고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인천소방안전본부 공중보건의로 있었던 윤중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공중보건의로 근무할 때도 지역 내에서 해결되지 않는 경우를 종종 봤다"며 "심지어는 충청 이남에서 헬기나 응급차로 수도권으로 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시 1339가 사법적 권한이 없어서 의료기관에서 응급환자를 받지 않을 경우 제재할 방법이 없었다"며 "지금은 1339가 없어지고 그 역할을 119가 맡고 있지만, 일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여전히 병원간 환자이송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해되지 않는 문제는 또 있다. '과연 병원 전산에 문제가 생기면 정말 아무것도 못하는 걸까'가 바로 그것. 특히 응급센터로 지정돼 재정 지원을 받는 병원에서, 그것도 경북지역에서 손에 꼽히는 병원에서 말이다. 인맥을 통해 환자를 이송했음에도 과연 전산문제로 인해 커뮤니케이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법무법인 우성의 이인재 변호사는 "병원에서 전산에 문제가 생기면 이에 대한 대비책이 마련돼 있다, 중소병원도 아니고 국립병원인 경북대가 이런 문제에 방책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또 권역별 응급센터는 휴일에 수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국가 재정의 투입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응급환자 수술을 할 수 없다면 권역별 응급센터 지정 반납을 해야 한다, 이는 경북대 병원이 자신의 책임을 다 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전부 배상받기는 힘들지만 어쨌든 경북대는 민·형사상의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56764